고대 도시와 해변…관광·휴양 그리고 즐거움 가득
크루즈 여행하면 누구나 유럽을 생각한다. 크루즈는 바다 위에서 즐기는 편안하고 호화로운 여행으로 무한히 펼쳐진 바다 위를 가로 지르는 선박에서 맛있는 음식, 다양한 쇼핑,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져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여가활동을 발견하며 새로운 삶의 장을 탐색한다.
최초의 크루즈 선박은 프린세신 빅토리아 루이스호(4,409톤)로 1930년대에 터빈 디젤선 시대가 열리면서 호화롭고 쾌적한 설비를 지닌 대형 크루즈 운항으로 시작됐다. 호화롭고 쾌적한 설비를 지닌 대형 크루즈 운항은, 그러나 1958년 최초의 대서양 횡단 제트여객기가 사업을 시작함으로써 타격을 입고 결국 많은 조선업체들이 도산하는 위기를 맞는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크루즈 회사들은 대서양 횡단노선을 대신할 새로운 노선을 찾기 시작했고,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크루즈 노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멕시코와 카리브 노선 개발을 시작으로 크루즈 산업은 새롭게 태어났으며 캘리포니아 지역은 멕시코 리비에라 지역크루즈를 위한 본거지가, 벤쿠버는 여름시즌의 알래스카 크루즈를 위한 중심지가 된다.
그동안 북유럽에 치중했던 나의 크루즈 여행은 그래서 오랜만에 멕시코로 향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출발하여 럭셔리한 크루스 선상에서 바다를 구경하면서 카보 산 루카스에 처음 도착한다. 그런데 크루스 선상에서 우리나라에서 근무했다는 미군 예비역 육군대령 부부와 함께 일주일 동안 즐거운 여행을 했다. 예비역 길(Gill) 대령부부는 우리나라에 근무할 당시에는 대위였는데 이후 대령으로 진급했다. 물론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 역시 한국에서 다시 만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카보 산 루카스는 트립어드바이져에서 멕스코 톱 5에 드는 도시로 멋진 바다풍경과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유명하여 세계 각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이어 멕시코 마자트란에서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고 마지막으로 프에로토 발랄타에 도착하여 해변들과 해양스포츠, 아름다운 항구 마을들을 구경하는 것이 이번 여행 일정이다.
이번 여행은 20∼30여명이 몰려다니던 유럽 크루즈와는 달리 우리 부부만을 위한 여행으로 잡았다.
처음 기착지인 카보산루카스(Cabo San Lucas)는 멕시코 서부 바하칼리포니아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캘리포니아만과 태평양만의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2010년 기준 약 23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곳은 멕시코 원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곳이다. `El Faro Viejo(엘 파로 비에요)’라고 알려진 100년 전의 등대가 발견됐던 점으로 보아 이 도시를 중심으로 수많은 해상무역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534년 이곳에 첫 번째 상륙한 유럽인인 항해자 포르툰 지메네즈(Fortun Jimenez)는 처음에 이곳을 섬이라고 생각했다. 라파즈(La Paz) 항구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천연 진주가 엄청 많은 것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몰래 강탈하기 위해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에 처음 상륙한 유럽인은 공식적으로는 에르난 꼬르떼스(Hernan Cortes)라 알려져 있다.
멕시코의 5대 관광지 중 하나인 카보산루카스는 해변이 유명하다. 스쿠버 다이빙, 스노클링, 야생 동물, 낚시 및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할 수 있는 해상공원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경이(驚異) 중 하나인 바다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알래스카에서 내려온 고래들을 볼 수 있다. 활모양으로 생긴 해안가에는 1년 내내 따뜻한 해류가 흐르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2005년 유네스코에서 코르테즈 바다에 있는 244개의 섬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풍부한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이곳 카보산루카스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별장이 많고,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에게 꽤 알려진 휴양지이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라 일반 여행객들에겐 부담이 큰 게 단점이다.
고대 도시와 바다, 해안이 아름다운 카보산루카스를 뒤로 하고 두 번째 기착지인 마자트란으로 향했다.
태평양 해변 유적지 마자트란은 그동안 조용하고 저렴한 휴가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골프장과 유명 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미국 뉴욕타임지가 세계 각국 꼭 가봐야 할 이색명소로 선정했을 정도로 인상 깊은 장소이다. 특히 이곳의 집들은 호화롭지는 않지만 색감이 뛰어나게 아름다웠다. 태평양의 진주라 일컬어지는 아름다운 휴양지이며 관광지. 보석 쇼핑과 멕시칸 인디언의 곡예쇼도 볼 수 있다.
마자트란에 이어 이번 크루즈 여행의 마지막 기착지인 프에르토 발라트로 향했다. 프에르토 발라트는 해안선 드라이브코스가 환상적인 곳이다. 처음 출발하면서 크루즈 선은 밤바다를 가르며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달린다. 달린다기보다는 물위를 유유히 흘러간다.
크루즈 여행은 모든 여행의 최후의 보루다. 더 이상 여행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마지막 힘을 다하여 세상에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는 그런 여행이다.
사실 삶에서 관찰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살면서 배운다. 자본주의는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거나 크루즈 배를 타보면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돈에 의해서 철저하게 계급이 정해진다.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돈을 푸느냐에 따라서 계급이 정해지는 도박장의 생리처럼, 크루즈 여행도 마찬가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크루즈가 있는가하면, 부자들만을 위한 최고급의 크루즈가 있다. 일반 크루즈라도 어떤 방을 쓰는가에 따라서 계급은 분명히 정해진다.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싶으면 그저 돈을 더 풀면 되고 아니면 말면 된다.
그런데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외국인들에겐 또 하나의 걸림돌은 배에는 백인일색이라는 점이다. 간간히 아시아 사람을 비롯한 유색인종이 있지만 대부분은 서유럽과 북미의 백인들이 절대 다수다. 모든 절차의 구두 안내와 모든 안내지는 영어로만 되어있다. 따라서 영어가 일단 편해야 여기서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거나 왕따가 되지 않는다.
이번 크루즈 여행은 다른 각도에서 나를 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미국 LA에서 고교동창들과의 점심만찬은 오랜만에 나를 청소년시절로 되돌려 주기도 했다. 마치 천진했던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처럼 이번 여행은 나에게 많은 에너지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태양이 내일 또 떠오르듯 나는 다음 크루즈 여행을 기대하며 다시 내 몸의 에너지를 충전시킬 것이고 또 다른 크루즈 여행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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