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콘텐츠-여행 상품 결합… 정부 주도 ‘한국형 크루즈’ 띄운다
가수 겸 배우 육성재가 속한 아이돌 그룹 ‘비투비’ 등 한류 스타의 콘서트를 보고, 배 위에서 유명 모델들의 패션쇼를 즐길 수 있는 크루즈 상품이 나온다. K팝과 K뷰티·패션 등 한류 콘텐츠를 접목해 새로운 크루즈 관광 수요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15일 한국관광공사와 관광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첫 관광 진흥 사업으로 ‘한국형 크루즈’를 육성한다. 민간 여행사에서 팔던 크루즈 상품을 정부가 기획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광역시가 주최·운영하는 이 행사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4월과 9월 두 차례 운영될 예정이다.
올해 4월 18일 처음 항해하는 크루즈 상품의 명칭은 ‘CPP(Color Play Party) 크루즈 2018 부산’이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및 패션·뷰티 콘텐츠를 접목해 국내외 젊은층을 끌어들일 ‘테마 크루즈’를 표방했다. 크루즈는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주로 즐기는 관광 상품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연령대를 낮춰 미래 소비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크루즈 투어에 참가하는 관광객들은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도쿄(東京)로 향하는 3박 4일 동안 드라마 ‘도깨비’에 출연해 한류 스타로 발돋움한 육성재와 그가 속한 그룹 비투비, 배우 홍종현, 오승아, 리키김, 뮤지컬 배우 류승주 등과 함께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크루즈선에서는 비투비의 단독 콘서트가 열리고 육성재와 국내 패션모델 20명이 쇼(캣워크)를 펼치는 ‘2018 트렌드 컬러 패션쇼’도 준비돼 있다. 뮤지컬 공연 및 스타들의 애장품 경매와 선상 파티도 마련돼 있다.
이 테마 크루즈 상품의 가격은 약 198만∼340만 원으로 일반 크루즈 상품에 비해 30%가량 비싸다. 유명 연예인과 함께 크루즈선을 타고 떠나는 새로운 여행 상품에 고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아직 정식 판매 전인데도 정원 1500여 명 중 500명 이상이 사전 예약을 했다.
정부는 한류 콘텐츠를 접목한 테마 크루즈를 한국 대표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그동안 민간에서도 크루즈 상품을 운영해 왔지만 수익의 대부분이 해외 여행사에 돌아갔다. 여행사들이 해외 여행사의 크루즈 상품을 구입해 한국 여행객에게 재판매해왔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여행사에서는 해외 크루즈선을 빌려 직접 상품을 운영했지만 부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없어 해외 크루즈선사에만 수익을 가져다 줬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번 테마 크루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및 공연·기획, 패션·뷰티업계까지 참여해 내수 시장에도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크루즈 상품은 ‘플라이앤드크루즈(Fly and Cruise)’ 형식을 도입해 승객 전원에게 도쿄에서 서울 혹은 부산으로 가는 항공권을 제공한다. 부산에서 도쿄까지는 크루즈선으로 이동하지만 도쿄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고객들이 편한 시간에 항공편으로 오는 방식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여행 기회를 주는 동시에 관광객의 체류를 유도해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겠다는 게 관광공사 측의 설명이다. 본보가 입수한 한국관광공사의 ‘2017 크루즈 관광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크루즈 여행객의 평균 기항지 체류 시간은 4.8시간에 불과했다. 불편사항으로는 ‘관광지를 둘러볼 시간이 짧다’는 의견이 26.8%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한국형 테마 크루즈’를 통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국내 크루즈 시장 구조도 바꿔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크루즈선을 타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847명으로 전년 대비 97.3%나 줄었다. 전체 비중의 70%를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한한령(限韓令)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테마상품팀장은 “한한령으로 얼어붙은 한국 크루즈에 한류 콘텐츠를 도입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요 시장을 넓히고 이를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