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의 끝판왕!’ 무더위를 날려줄 알래스카 크루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초호화 크루즈 여행을 즐기면서 빙산과 금광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알래스카를 만끽한다니. 글을 쓰는 지금도 심장이 뛴다. 크루즈 14층 오션뷰 카페에서 떠내려가는 빙하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한 것과 내 생애 최고의 연어, 킹크랩을 맛본 것은 아직도 꿈만 같다. 탑승 장소는 시애틀. 7박8일간 케치컨, 주노, 스캐그웨이, 빅토리아 등 4개 기항지를 거쳐 다시 시애틀로 돌아오는 알래스카 크루즈 ‘셀러브리티 살스티스호’에 탑승하기 전날 밤은 정말이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잠깐 살스티스호 소개. 셀러브리티 살스티스호는 12만2000t에 전장 317m, 전폭 37m 규모로, 승객 2580명, 승무원 1255명이 탑승한다. 레스토랑만 10여 개. 여기에 10개가 넘는 바와 라운지 그리고 크고 작은 공연장과 수영장, 면세점, 카지노, 갤러리, 도서관까지 있다. 웬만한 5성급 호텔 이상인 복합리조트급이다.
압권은 뷰. 90% 이상의 선실에서 오션뷰가 나온다. 흔히 먹방이라고 하는 인사이드 선실은 몇 개 없어 예약조차 쉽지 않다. 십중팔구가 발코니 선실인데, 발코니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빙하나 돌고래 그리고 멋진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알래스카 크루즈에서는 선실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 선실 등급에 따라 이용 가능한 레스토랑과 부대시설 그리고 서비스에도 차이가 있다.
크루즈에서는 언제나 즐길거리도 넘쳐난다. 살스티스 대극장에서는 매일 저녁 다양한 메인 공연이 펼쳐지는데, 라스베이거스 공연 못지않은 즐거움과 감동이 있다. 15층 야외에서는 유리공예 쇼와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3층 로비인 그랜드 포이어에서는 살사, 자이브, 볼룸 등의 댄스강좌와 각종 이벤트, 경연 등이 끊이지 않는다. 그 밖에도 마사지 등 헬스 프로그램과 와인 클래스, 그림 경매 등도 도전해 볼 만하다.
알래스카 크루즈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트레이시암 피오르에서의 180도 선회다. ‘배 돌리는 게 무슨~’ 하시는 분들, 여행 하수다. 살스티스호는 오전 6시께 트레이시암 피오르에 도착하여 빙산을 눈앞에 두고 2~3시간 정박해 있다가 180도 선회한 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 순간, 딱 터닝을 할 때다. 눈앞에 펼쳐진 빙산과 물 위를 떠다니는 빙하가 가장 알래스카스러운 면을 보여준다. 이 광경, 이 순간을 위해 새벽 4시부터 사람들은 기다린다.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나는 건 덤이다.
케치컨에서 본 미국 국조인 흰머리 독수리 서식지와 스캐그웨이에서는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마치 설국열차처럼 어린 흑곰이 산 속으로 몸을 피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그리고 주노. 15m 크기의 거대한 혹등고래가 수면 위로 장엄하게 점프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목격하는 행운까지 누렸다.
여기서 잠깐 알래스카 크루즈에 대한 오해 풀기. 알래스카 크루즈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듯 일정 내내 빙산과 빙하만 보는 것이 아니다. 알래스카 여행이라기보다는 크루즈 여행에 가깝다. 그냥 ‘알래스카를 찍는다’ 정도로 생각하는 게 맞다. 기항지 관광은 그래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기항지인 케치컨은 ‘먹방’ 투어의 메카다. 연어의 고장으로 유명한데, 냉동한 생연어(회로 먹기 위한 생연어는 냉동 보관해야 한다)를 맛본다. 연어가 입안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던 그 맛이란. 두 번째 기항지인 주노는 알래스카주의 주도다. 바로 혹등고래를 만날 수 있는 고래투어의 메카인 곳. 물론 고래투어 뒤에는 명불허전 ‘킹크랩 먹방’을 해야 한다. 수상비행기와 헬리콥터를 이용한 빙산 투어는 케치컨과 주노에서 이용하면 된다.
세 번째 기항지는 스캐그웨이. 옛 골드러시 시절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금광석을 실어 나르던 증기기관차를 재현한 화이트패스 열차를 탑승해보고 그 당시 광부들이 즐기던 술집도 체험해보는 맛이 쏠쏠하다. 마지막 기항지는 캐나다 빅토리아. 정원의 도시답게 로맨틱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기항지 관광은 크루즈에서도 예약할 수 있지만 인기 프로그램은 일찍 마감되므로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크루즈 여행은 묘하다. 끝나고 돌아온 뒤 어느 날 갑자기 생생한 기억이 떠오른다. 마주칠 때마다 주먹 하이파이브를 건네던 룸메이트, 하선하기 직전까지 속을 태웠던 크루즈 사진작가. 지금은 이들과 다 친구 사이다. 크루즈는 승객과 승무원 비율이 2대1 정도다. 당연히 친구가 될 수밖에. 그리고 이걸 즐긴다면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 알래스카 크루즈 100배 즐기는 Tip
1. 한식은 없다=고추장을 챙길 것. 끼니마다 스테이크로 배를 채우는 등 맛있는 음식은 넘쳐나는데 한식은 찾아볼 수 없다.
2. 휴대폰은 포기할 것=크루즈에서 와이파이를 유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전 일정 동안 250달러라는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대부분은 일주일간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한다.
3. 상비약을 챙겨라=크루즈에 의사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 평소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크루즈 의약품이 비싸기 때문에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 상비약은 챙겨가는 것이 좋다.
4. 알래스카 크루즈 예약 팁=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면 전문 인솔자가 동행해 선내 주요 프로그램과 기항지 관광 등을 안내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또한 조기 예약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크루즈 승하선을 전후해 시애틀과 밴쿠버도 관광할 수 있다.
[알래스카 = 조일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