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크루즈 여행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혹하는 이유(의역)’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요지는 중국 크루즈 여행 시장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내용이다.
국제크루즈선사협회(CLIA)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중국인은 210만명이다. 매년 1100만명이 크루즈 여행을 즐기는 미국(1위)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격차는 크다. 하지만 중국 크루즈 여행 시장(여행자 수 기준)이 2012년 이후 매년 76% 성장하고 있어 잠재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LIA는 2030년께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이 연평균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더욱 눈길을 끈 통계는 중국 크루즈 여행자의 연령대였다. CLIA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 크루즈 여행자의 평균 나이는 44세로 선진국인 영국(55세)보다 무려 열한 살이나 적었다. 나아가 중국 크루즈 여행자 10명 중 4명은 40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에 태어난 중국의 청년 세대)가 크루즈 여행과 같은 럭셔리 서비스의 주요 소비 주체로 등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2010년 이후 중국에서는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자리 잡은 ‘바링허우’에 대해 각종 연구 자료를 내놓을 만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문화대혁명을 경험한 기성세대와 비교하면서 바링허우의 가치관과 소비 성향에 대한 분석이 많다. 바링허우는 1979년 개혁개방 이후 경제 성장의 열매를 맛보고, 과거 ‘1가구 1자녀 정책’ 덕분에 가정에서 샤오황디(小皇帝·소황제)로 대접받으며 살아왔다. 또 현대화된 교육 시스템의 수혜를 처음으로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후베이대 사회과학대학이 분석한 ‘바링허우의 속살(의역)’ 보고서에 따르면 바링허우 세대는 개인주의 색채가 강하고, 이념과 통제보다는 실리와 자유를 챙기며, 위에광주(月光族)로 불릴 만큼 소비성향이 높다. ‘위에광주’는 월급을 받자마자 다 써버리는 소비 행태를 일컫는 표현이다. 일각에서는 바링허우를 ‘묘한 역사적 산물’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중국 인민대학 문학원 소속 연구원이자 시인인 양칭샹은 저서 ‘바링허우’에서 “문화대혁명과 대기근 등 ‘대(大)시대’를 경험한 기성세대와 달리 바링허우는 큰 사건이 없는 ‘소(小)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 파도를 마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부단히 찾으려고 노력하는 세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바링허우의 꿈은 ‘샤오즈(小資)’가 되는 것이라고 양 연구원은 말한다. ‘소자산 계급’을 뜻하는 샤오즈는 서양의 사상과 생활을 지향하고 물질적 향유를 추구하는 젊은 계층을 의미한다.
양 연구원은 “바링허우 세대의 특징은 탈정치와 소비지향적 성격”이라며 “역사와 도덕에 대한 개념이 약하고, 자본 논리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이 있어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이끌어줄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바링허우를 대상으로 역사 및 중국식 사회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 바링허우에 이어 저우링허우(90後·1990년 이후 출생자)와 저우우허우(95後·1995년 이후 출생자)도 모두 성인 반열에 진입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의 중추 세력으로 부상할 이들 세대의 가치관과 성향을 잘 파악하고, 사회주의 시스템하에서 이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필연적으로 상대할 중국의 신인류 세대이기 때문이다.
[김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