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반대 시위…유네스코 “베네치아, 내년까지 대형 크루즈선 입항 금지해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동북부에 위치한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 주민들이 베네치아 항에 정박하는 대형 크루즈선이 도시와 해양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크루즈선 입항 반대 시위를 펼쳤다.

26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베네치아 주민과 환경 운동가 등 약 2천여 명은 25일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등에 집결해 베네치아 만에 정박한 6척의 대형 크루즈선을 향해 경적을 울리고, 호루라기를 불며 불만을 표현했다.

베네치아 만 안쪽의 석호에 흩어진 118개의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에는 최근 대형 크루즈선의 출입이 증가하며 해저 침식을 앞당기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베네치아에 출입한 크루즈선은 535 척, 크루즈 승객은 160만 명으로 작년보다 각각 2.7%, 1.1% 늘었다.

관광 성수기에는 매일 10여 척의 크루즈선에서 수 만 명의 승객이 쏟아져 내리며 베네치아의 관광객 포화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산마르코 광장에 자리한 베네치아 명물 도제궁보다 2배가량 높은 일부 초대형 크루즈선은 도시 경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만에 정박한 초대형 크루즈선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베네치아 만에 정박한 초대형 크루즈선 [EPA=연합뉴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 주민은 “베네치아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도시”라며 “크루즈선이 베네치아를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 평균 관광객이 2천만 명에 달하는 베네치아는 테러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든 북아프리카와 터키 등의 관광 수요를 흡수 한데다 크루즈 붐까지 더해지며 올 여름에는 작년보다 관광객이 약 5% 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넘치는 관광객들로 인해 일상적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는 현지인들의 불편과 불만도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역시 베네치아 만에 대형 크루즈선 입항이 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며 베네치아 당국이 내년까지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을 금지하지 않으면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시키겠다고 최근 엄포를 놓은 바 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