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선박 발주금액 40% 차지하는 고수익 크루즈선 사업…한국은 전부 매각하며 ‘그림의 떡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인 크루즈선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중국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STX조선해양이 보유하던 크루즈 조선소들을 모두 매각한 한국은 해양플랜트와 맞먹는 고수익 사업을 통째로 떠나보내고 아쉬움만 달래게 됐다.
28일 영국의 조선해운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누적 크루즈선 발주는 23척으로 지난해에 비해 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VLCC(초대형원유운반선)은 32척, 아프라막스급 선박은 38척이 발주돼 척수로는 크루즈선이 적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올해 전체 발주금액의 40%나 차지한다.
올해 크루즈선 23척의 발주금액은 156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 VLCC(32척)는 26억달러(약 3조원), 아프라막스급 선박(38척)은 17억달러(약 2조원)에 불과했다. 크루즈선 시장은 해양플랜트와 맞먹는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크루즈선 전문으로 하는 유럽 조선소들은 10여척의 배만 수주하고도 한국과 일본 등 경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러한 크루즈선 호황을 타고 중국은 약 135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목표로 크루즈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를 늘리고 올해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 2월에는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크루즈 선박 수주에도 성공했고, 지난 3월엔 크루즈선 11척 등을 수주하며 유럽이 독식하던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STX조선해양이 보유하던 STX프랑스, STX핀란드 등 크루즈 건조 조선소를 모두 매각하며 크루즈 호황을 구경만 하는 신세가 됐다.
STX프랑스는 올해 8월말 기준 수주잔량 11척(100억달러)규모로 10여년만에 최대 실적을 내고 있고, STX핀란드(현 마이어 투르크)도 8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데, STX그룹이 2014년 위기를 맞으면서 채권단이 같은해 STX유럽 조선소 매각에 착수하며 모두 남의 이익이 돼 버렸다.
STX프랑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측이 매각 협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가 지분 51%를 가지며 운영권을 확보하게 될 예정이다. STX핀란드는 이미 2014년 독일 마이어베르프트에 매각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이 보유하던 유럽 자회사들 외에는 국내에서 크루즈선 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없었는데 채권단 측이 성급하게 매각에 들어가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9월 28일 (16:26)에 게재된 기사입니다.